정말 오랜만에 글을 쓴다.
그동안의 내가 기록되는 게 두려울만큼 바보같고 한심해서 글을 쓰지 못했지만 오늘은 그래도 기록하고 싶어지는 날이다.
면접을 보고나면 항상 비슷한 기분이다.
혹시 모를 희망이 마음 한 구석에 부풀어 오른다.
나도 모르게 기분 좋은 상상을 하다가...
냉정을 찾고 상처받지 않을 준비를 한다.
문제를 분석한다.
여러가지 이유가 생각나고 실수가 생각난다.
바꿀 수 없는 이력이 이내 생각나고
그 동안의 삶을 부정하게 된다.
그 이후엔 조금 우울하고 쓸쓸해진다
식욕이 사라져버린다..
나는 공백기가 아주 긴 중고 신입 취업 준비생이다.
정신차리고보니 일을 그만두지는 만 3년이 지나버렸고
특히 2년의 나는 이력서를 보았을 때 대체 무엇을 했던건지 알수 없는
걸리는 게 너무 많은 취업 준비생이다.
자소서를 쓰다가 멍하게 누워 윤식당을 보며 휴식을 취하던 와중에 02번호로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아보니 취업상담사 선생님께서 대신 이력서를 넣은 업체인 것 같다.
며칠 전 전화해서 격주 토요일 근무도 괜찮냐며 방화동이라고 했던 것 같아서
위치에 대해서 묻자 다른 곳이였다.
조금 당황스럽고 약간의 의사소통에서 오해가 생겨버려 첫 인상이 어리버리했을 것 같다.
(난 사정이 있어 그랬지만 그 쪽 입장에서는 어리버리하고 센스 없게 느껴졌을 것 같다.)
그래도 다행히(?) 면접 약속을 잡고 회사 위치와 이름도 알 수 있었다.
처음 들어보는 회사였지만 일 해보고 싶은 직무였다.
해외 수출 관련 무역사무원 업무였는데 지역도 남미쪽과 거래처가 있어서 내가 찾던 딱 그런 일이였다.
회사는 작지만 성장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일도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홈페이지의 느낌도 깔끔하고 감각적이였다. 생각 이상으로 맘에 들었다.
그런데 마음에 걸리는 게 몇 가지 있었다.
해외분야에서 일하기에는 내 언어적 실력이 애매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굉장히 높은 수준의 외국어를 요구한다면 내가 과연 경쟁력이 있을까 싶다.
그보다 더 걸리는 건 전혀 무역쪽에 대한 지식과 경력이 없었다.
그래서 내심 수출 관련, 구매 관련 업무는 포기하던 참이었는데
나의 무엇이 마음에 들어서 부른 것일까.
생각은 부정적으로 치닫는다.
그냥 자리 채우려고 불러보는건가.
나의 이력서가 언어적 강점이 있는 것처럼 너무 포장된 것인가.
그렇다고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를 몰랐다.
얼마나 전문적인 수준의 어학 테스트를 할지....
이제와서 준비하기엔 너무 늦은 것 같아 마음의 준비와 간단한 자기소개를 영어와 스페인어로 준비하고...
큰 기대 없이 마음의 부담감을 내려놓고 가기로 한다.
회사에 들어서는데 굉장히 조용한 골목에 있었고
빌딩 1층이라 아직 구두를 신고 있지 않은 무방비 상태였는데...
골목에서 마주친 남자직원이 회사 건물로 들어가서 망했다....란 생각이 들었다..
회사는 굉장히 깨끗하고 조용했고 회의실도 있었다.
친절히 안내해주시고 면접관으로 들어오실 분의 스케줄 때문에 조금 기다려달라고 양해를 구하셨다.
사무실에 직원이 많이 않았는데 예상 외로 혹은 예상대로 남자직원분들이 많았다.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될대로 되라... 회의실에 앉아서 포스터를 구경하고 있었다.
들어오기 전까지 괜찮았는데 앉아있으니 또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부장님과 차장님(실무진)이 면접관이셨다.
다행히 오그라드는 1분 자기소개 같은 건 시키지 않으셨다.
굉장히 편안한 분위기에서 압박 면접 같은 거 없이 그리고 한편으로는 진솔하게 면접을 보게 만들어주셨다.
어른 남자분들이라... 조금 긴장했는데 굉장히 신사적이고 친근하게 대해주셔서 고마웠다.
회사로 어떻게 출근했는지 시간은 얼마정도 걸렸는지 - 1시간 이내니 별 문제 없겠다고 하셨다.
회사에 지원한 이유와 어떤 회사인지 아냐고 질문을 하셨다.
홈페이지에서 봤던 회사 소개를 말하고 (부족하고 틀린 정보도 있었다.) 회사 지원이유는 역시나 솔직하게... 직접 지원한건 아니지만 회사 소개를 봐서 도전하고 싶은 직무이고 작은 회사지만 성장성이 있고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서 맘에 들었다고 대답했다.
회사 업무와 사정에 대해서 아주 자세히 말씀해주셨다.
과거 회사에서 맡은 직무와 역시나 이직사유에 대해 물어보셨는데
다른 곳과 다르게 과거에 부장님이 교육회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어서 미리 짐작한 이유도 말씀해주셨는데 정곡을 찔러서 깜짝놀랐다.. (회사의 장래성 문제) 지금도 그 부서가 있는지 물었다.
맡은 직무는 마음에 들었었지만 다른분야에서 일해보고 커리어를 쌓고 싶어서 일을 그만두었다고 예상하신 답변을 드렸다.
그리고... 역시나 여행을 갔다와서 생긴 2년간의 공백기에 대해서도 물어보셨다...
스페인어를 공부하면서 시간이 많이 지난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평소 성격은 어떠냐고 해서 조금 중성적이고 털털한 편이라고 했다.
업무상 언어 역량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 어떻게 테스트를 할까 걱정이 많았는데 언어적 수준에 대해서 물어보셨다. 역시 솔직히 문법이나 해석 부분에선 무리가 없고 일상 회화는 문제 없지만 전문적인 용어나 비즈니스 회화 수준은 아니라고 말씀드리니 더욱 자세히 물어보셨다.
화상업무나 소통하는 일이 중요해서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사람을 구할 수 있을때까지 채용을 미루었다고 하셨다..
계속 영어와 스페인어 중 무엇이 더 자신있냐고 물어봐서 ... 영어가 좀 더 편하다고 했다가 이후에 한 번 더 물어보시길래... 경쟁력의 측면에서 말하자면 스페인어이고 스페인어가 더 흥미있다고 말씀드렸다. (나는 이 부분에서 실수를 한건지 잘한건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았는데... 잘 모르겠다.)
역시나 무역적 지식이 전혀 없고 무역쪽에서 일해보지 않은 것도 흠이였다... 솔직히 경력도 지식도 없다고 말씀드렸다......
말씀하시는 걸 보니 업무가 굉장히 어렵고 도전적으로 느껴졌다. 당장 함께 일할 사람이라면 회사 입장에서 경력자를 뽑을 수 밖에 없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입을 가르쳐서 쓰실 여력이 있으실까 의문이 들었다.
내가 잘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고 내 자신이 참 작아졌다.
그 외 회사에 관해서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물어보라고 했는데 회사 소개를 하시면서 준비했던 질문에 대한 답을 상세히 해주셔서..... 좋은 질문을 하지 못한 것 같다.
정말 무역업무에 열정이 있다면 궁금한 사항이 많겠지...라고 넌지시 말씀하신 부장님 말씀이 아직도 생각난다...
부장님 사실 아는게 없으면 질문이 없답니다..... ....
그냥 팀 구성이나 향후 사업 계획에 관해 여쭈어보았다....
내가 질문이 별로 없어서 자세히 설명해주는 것이라고 했는데 사실 말씀이 굉장히 디테일하고 경청한 후 말씀을 이어가셔서 물어볼 타이밍을 놓치기도 했다... 이것도 마이너스 포인트였을 것 같다..
그 외 생각나는 건
이 회사 이외에 다른 회사에 지원했는지, 마음 속 1순위라고 했다.
연봉에 관한 부분 중소기업치고 괜찮은 연봉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연봉으로도 다닐 의향이 있냐는 식으로 물어보셔서 조금 놀랐다...
이건 실수한 부분인데 회사에 최소 3년이상은 다닐거라고 대답했는데... 다음부터는 10년 이상으로 부르라고 하셨다.... 아....
형제관계, 혈액형(부장님도 B형이셨다.) 취미, 간단한 질문도 하셨다.
업무에 관해서 설명해주셨는데 업무가 아무래도 작은 회사고 성장해나가기 때문에 일 구분도 없을 수 있고
단순 산무가 아니라 구매 분야의 전문성을 기를 인재를 뽑고 싶으신 것 같았다.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해답을 찾고 자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고 하셨다.
따로 여쭈어보지 않았는데도 업무 강도와 시간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셨다.
마지막으로 나보다 어린 상사가 있을때도 배우면서 잘할 수 있고 주도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성격이라고 어필을 했는데...
(과연...)
그 이후에 부장님은 나가시고 차장님과 둘이 스페인어로 소통을 해야했다..
... 엄청 긴장했는데 다행히 스페인어로 자기소개 정도만 물어보셨다.
준비해갔는데...... 조금 버벅거리면서 끝냈다..
긴장하긴 했는데 이 정도면 소통에 무리가 없을 거라 생각이 든다고 말씀해주셨다.
정말 원래 알던 지인처럼 몇 가지 질문을 하셨는데
그동안 생각지 못했던 나의 단점에 대해서 지적을 하셨다.
좀 개인적인 성향의 사람인 것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단체 생활을 잘할 수 있냐는 질문이였다.
학창시절에 내성적이고 개인적인 성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전공도 그렇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팀원들과 굉장히 잘 지냈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좋아해서 단체 생활 문제는 걱정 안하셔도 된다고 말씀드렸다.
그 분의 진심은 모르겠으나 다른 분들과 논의해봐야하겠지만 나를 뽑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말씀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언어적 부분은 충분히 잘할 수 있을 것 같고 걸리는 건 무역 관련 지식과 경험이 없다는 것인데 그것도 배워가면 되고
활발할 것 같아서 조직 생활도 무리 없이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포트폴리오까지 준비해서 회사 지원을 해준 것에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하셨다...
포트폴리오를 보면 mos master가 맞다며... 정말 감사드렸다.
다른 면접에서 들을 수 없던 솔직한 평가에 진심 감사함을 느꼈다.
그리고 솔직하게 회사의 장점 단점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셨다.
무역 업무에 뜻이 있다면 이 회사만큼 배워가면 서로 도우며 커리어 성장을 할수 있는 곳이 없고
단점은 윗 분들이 굉장히 디테일하시고 꼼꼼하셔서 괴로울 수도 있으며 일이 쉽진 않을 거라고 하셨다.
내가 꼭 합격여부를 알려달라고 부탁드리니 3일안에 꼭 연락을 주시겠다고 했다.
너무 편하게 대해주신 바람에... 2차 면접에 대해서 여쭈어보고 (이사님과 식사라니.... 긴장할 필요없이 편안하게 하면 된다고 했찌만... 이 면접보다 더욱 더 덜덜 떨릴 것 같았다.) 그 분은 진심이 있고 진정성이 있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나가는 길까지 부장님이 마중나와주시고... 진짜 첫 인상이 너무 좋은 회사였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열심히 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길에 이번에도 불합격된다면 실무진 선이 아니라... 임원급에서 마음에 안드는 거겠구나...란 슬픈 생각이 나버렸다. 흘러가버린 시간을 되돌릴 수 없는데 그 동안 너무 대책없이 살아온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나의 공백기에 자신이 없어져버린다. 타인을 설득하기가 힘들다.
내가 힘들어하니 나를 잘 아는 절친은 '네겐 다른 사람에게 없는 내공이 있어. 어떤 곳에서 그 좋은 모습을 봐줄거야'라고 위로한 적이 있다... 나이가 들면서 나는 제법 성숙한 면도 있고 둥글둥글해진 면도 있고 인격적으로 성장한 것 같은 생각이 들다가도
바보같은 선택을 해서 내 인생을 꼬이게 만든 것 같아 스스로가 미워지고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최선을 다해서 면접을 보았다.
.... 만약 거절당한다면 상처받지 않고 역시 그것에도 익숙해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선택한 결과니깐... 진심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슬퍼하지 말자.
오늘의 센치한 기분까지는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